[하나로패스] 기차에 몸을 맡기고 떠나다 1일차
<준비, 계획>
0.
오랜만에 찾아 온 휴가, 어떻게 여행계획을 세워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외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뭘까?'란 고민에 빠졌다.
'겨울여행'을 검색해도 막상 와닿는 여행도 보이지 않았다. 이번 휴가도 그냥 집돌이가 될 것인가...물론 집돌이도 좋다. 그러나 빈둥거리는 내 모습을 이번 휴가 때에는 보고 싶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무작정 힐링 여행을 떠나 보고 싶었다.
"그래 가자!"
"운전은 싫어, 그냥 이번엔 편히 갈래."
라고 선택한 '코레일 하나로 패스(3일 무제한/65,000)' ktx, 관광기차 등은 되지 않고, 65,000원만큼 타는 것도 사실 힘들지만 정처없이 떠나기에는 참 좋을 것 같았다.
기차여행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차시간표일 것이다. 아무 곳에나 내릴 수는 있지만 다음 기차가 오지 않거나 배차 간격이 너무나 길어 털썩 주저 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떠날 노선에 따라 열차의 시간을 먼저 알아보는 것부터 기차여행을 준비하였다.
1일~3일차의 계획을 세웠다. 하나로패스는 하루에 한번은 일반석에 한해 좌석을 지정할 수 있고, 나머지는 입석, 자유석으로만 탑승이 가능하다. 이에 이동거리가 긴거리를 좌석지정한다면 좋을 것이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역 위주로 가고 싶어 계획을 하였으나 열차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 힘들었다. 할 수 없이 이번에는 큰 역 위주로 코스를 잡고 중간중간 작은 역에 가보기로 하고 계획하였다.
<1일차>
1. 물금08:11-조치원11:48 무궁화호 ₩18,300
하나로패스는 미리 끊을 수도 있으나, 나의 꿀잠으로 인하여 늦게 일어날 것 같았고, 이에 출발 당일에 역에서 결재를 하였다. 하하하....
역시 06:50분 열차를 탈려고 하였으나 6:50분에 일어나는 관계로 계획이 약간 차질이 생겼지만 무작정 출발기차를 검색하고 기차에 탑승하였다.
<이번 여행을 함께 할 박스군이다. "잘 부탁해~^^*">
"와우~!!"
조치원까지 가는데 일반석을 발급받지 않았다. 고로 3시간 30분을 입석, 자유석으로 가야하는 상황. 계속 자리를 비켜주고 다른 곳에 앉고 하는 것이 부끄러워 사람들이 제일 기피하는 맨 뒷차량 맨 뒤에 탔다. 그래서인지 현재 물금-왜관까지 자리에 앉아가고 있다.
이런... 대전까지 앉아가고 있다.(군인동생이 대전에서 옆에 앉음. 건강하게 복무 마치세요^^)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맨 뒤 좌석에 앉으면 이런 것도 볼 수 있다. 평상시 보기 힘든 부분이라 그런지 괜히 마음이 설레서 밖을 내다 보고 있다. 터널을 지날 때면, 어둠 속으로 빨려가는 듯한 묘한느낌. 재미있다..
조치원 도착(소요시간 약 3:30)
앉아오니 기분은 좋았지만 그래도 엉덩이가 아픈 건 사실. 다음 열차까지는 15분의 여유가 있어 목도 축일겸 밖으로 나와 편의점을 들러 물을 사서 마신 후, 천천히 다시 열차를 타러 이동하였다.
2. 조치원(12:03) - 익산(13:29) ITX 새마을호 ₩11,600
열차가 도착하고 익산으로 간다.
"박스군 가자~!!!"
ITX-새마을호, 이번에도 맨 뒷 차량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래서 편히 이동중, 예쁜 승무원께서 검사를 하셨지만 자리도 많이 있었기에 확인만 하시고 가셨다.
전라도에는 친구랑 1번, 부모님과 1번, 세월호로 2번 말고는 넘어 오는 일이 잘 없었다. 돌아다니기를 정말 싫어하는 나인가보다.
여튼 이번에는 전라도를 먼저 돌아보고 싶었다. 천천히 여유롭게 돌아보면 더 좋겠지만, 기차시간이 이동시간의 여유는 주지 못한다. 대신 기차을 타고 가는 동안에는 많은 생각과 많은 풍경 등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때로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해주면서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것도 같다.
3. 익산(14:15) - 여수EXPO(16:15) 무궁화호 ₩11,700
익산에 도착하고 40분 가량 여유 시간이 있어 빵과 우유 등 첫 끼니를 해결하였다. 사실 기차에 온통 신경을 쓰다 보니 배고픔도 모르겠다. 이 기회에 다이어트가 되면 좋겠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면 똑같아 질 것이다.
1일 좌석배정 받는 것을 지금 사용하였다. 나중에 전주로 돌아오는 길에 쓸 수도 있지만, 내려가는 길에 사람이 더 붐빌 것이라 생각하고, 여수엑스포 갈때 자리를 지정하였다.
박스군도 주머니에만 있다보니 힘들어하는 것 같아 바깥구경을 시켜주었다. 나름 혼자 명상에 빠져 있다. 여러 놀이를 시켜도 주고 싶지만 내가 부끄러워서 안되겠다.
일기예보를 보니 여기 날씨가 많이 춥다고 한다. 그것을 말해주듯 곳곳에 흐르는 물들이 얼어있다.
"엄청 추울꺼면 이왕에 함박눈 내려주세요~"
부산경남에는 눈 보는 것이 힘드니 괜히 소원을 빌어본다.
4. 여주EXPO역 나들이
여기는 기차의 마지막역 중 하나인 '여수EXPO역'
다음 기차까지는 약 2시간의 여유가 있다. 무거운 캐리어는 가방보관함에 넣은 후, 본격적으로 산책을 떠났다.
다행이 바닷바람이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많은 가족들이 와서 함께 관광을 즐기고 있었고, 나 역시 박스군과 함께 거리를 걸었다.
잠시 후, 온 몸이 서늘할 정도로 무서운 케이블카 건물이 보였다. (고소공포증) 언덕 위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부터 심상치는 않았지만 멋진 바닷풍경, 여수풍경을 상상하며 올라갔다.
역시 올라오길 잘했다. 탁 터인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야경을 본다면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은 나는 박스군과 함께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5. 여수EXPO(18:35) - 전주(20:18) 무궁화호 ₩10,000
"안녕, 다음에는 오래 만나자꾸나"
이제 오늘의 종착지인 '전주'로 이동한다. 숙소는 한옥마을 근처에 있는 [전주 숨 게스트하우스]로 정했다. 이곳의 장점은 한옥마을 근처에 있어 관광하기 편하고, 1인실에도 화장실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사실 다른 사람과 불편해서 게스트하우스를 피하는 편이지만, 이곳은 따로 되어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든다.
열차를 타고 버릇처럼 맨 뒷 자석에 앉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전주로 이동하였다. 일요일 저녁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타지는 않아 음악을 듣고, 글을 쓰면서 이동을 하였다.
6. 전주역(20:18) - 숙소(21:00) 시내버스 79번
역 앞에 있는 버스정류소에서 '남부시장'으로 이동하는 79번 버스가 있었다. 기사님께도 여쭈어보아서 확인을 하였지만, 어플을 켜서 한 번 더 확인을 하였다. 하지만 이게 왠걸 분명 전동성당 다음이었는데, 버스의 노선은 다른 곳으로 가고 있었다. 그래서 무작정 다음코스에 내려버렸고, 버스는 유유히 떠났다. 버스가 남부시장으로 돌아서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린 판단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숙소에 도착. 정식명칭 [게스트하우스 숨]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나온 사진으로 보았던 것보다 훨씬 예뻤다. 물론 이런 풍을 내가 좋아하는 것도 한 몫 할 것이라 생각은 들지만, 아기자기하게 예쁘다. 지금은 밤이라 사진찍을 때 제약이 있으니, 내일 다시 예쁘게 찍어 놓아야겠다.
아! 그리고 사장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이틀 편하게 묵고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일차 비용
기차 ₩ 65,000(일반 51,600 입석 ₩43,860 하나로패스)
식간식비 ₩ 20,000
교통비 ₩ 1,300
가방보관비 ₩ 3,000